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가 보유한 미국 재무부 채권(미 국채) 규모가 독일을 제치고 전 세계 19위에 올라서며 암호화폐 자산이 전통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기업의 자산 운용 전략이 국가 수준의 경제 주체와 비교될 만큼 성장했음을 시사한다. 미국 재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테더는 올해 1분기 기준 1,200억 달러 이상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독일의 미 국채 보유량인 1,114억 달러를 넘어선 수치이다. 이로써 테더는 미 국채 보유 규모에서 전 세계 국가 및 기관 중 19번째로 큰 주체가 되었다. 지난해(2024년)에는 미국 재무부 채권 시장에서 7번째로 큰 순매수자로 기록되며 캐나다, 대만, 멕시코, 노르웨이, 홍콩 등 여러 국가를 제치기도 했다.
테더 측은 이번 성과가 회사의 보수적인 준비금 관리 전략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명목화폐와의 가치 연동을 유지하기 위해 발행량만큼의 준비금(주로 현금, 현금 등가물, 국채 등 안전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테더는 USDT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미 국채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며 준비금을 관리하고 있다. 테더의 미 국채 보유량 증가는 단순히 회사 규모의 성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달러 연동 유동성을 대규모로 분배하는 테더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무역 및 금융 거래에서 디지털 달러 역할을 수행하며 국경을 넘어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테더의 준비금은 사실상 전 세계적인 ‘디지털 외환 보유고’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암호화폐 자산이 더 이상 틈새 시장의 투기 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서 거시 경제적 중요성을 갖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인 금융 기관과 정책 입안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성장과 그 발행사의 자산 운용 전략이 전 세계 금융 안정성과 통화 정책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더욱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더의 미 국채 보유량 추월은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 시스템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