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대디’ 지앙카를로, 스위스 암호화폐 은행 시그넘 자문 합류… 기관 투자 시대 규제 역할 주목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전 의장이자 ‘크립토 대디(Crypto Dad)’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지앙카를로(Christopher Giancarlo)가 스위스 소재 암호화폐 은행인 시그넘(Sygnum)의 자문위원으로 합류했다는 소식이 27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시그넘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앙카를로가 선임 정책 자문(Senior Policy Adviser) 역할을 맡아 전 세계 규제 환경 속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디지털 자산 시장 진입 확대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앙카를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CFTC 의장을 역임하며 암호화폐에 대한 비교적 우호적인 시각을 보여 ‘크립토 대디’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디지털 자산의 혁신 가능성을 옹호하며 미국 내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을 촉구해왔다. 특히 비트코인을 금이나 석유와 같은 상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이는 상품으로서의 비트코인이 증권법보다는 CFTC의 관할 하에 놓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그의 입장은 당시 엄격한 규제 기조를 보이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는 다소 대비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시그넘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자산 은행을 표방하며, 최근 5,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지위를 획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와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암호화폐 친화적인 지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에게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토큰화, 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앙카를로는 시그넘 합류 배경에 대해 “글로벌 디지털 자산 산업이 기관 채택이라는 변곡점에 다다르고 있는 시점”이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그넘이 공공 및 민간 부문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복잡한 규제 환경을 헤쳐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성공적인 출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발의 움직임(GENIUS Act 등), 연준의 금융기관 암호화폐 활동 제한 완화 등 기관 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규제 및 시장 환경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성숙한 자산으로 인식되면서 기관 포트폴리오 편입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규제 전문가인 지앙카를로의 시그넘 합류는 시그넘이 글로벌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규제 준수 및 정책 방향 설정에 상당한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24년 정권 인수팀 공동 팀장으로 임명된 이력도 있어, 향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규제 당국과의 소통 및 정책 제안 과정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는 최근 SEC 의장이나 재무부의 암호화폐 관련 직책 루머를 부인한 바 있다. 시그넘의 매티아스 임바흐(Matthias Imbach) CEO는 스위스가 암호화폐 허브로서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어, 지앙카를로의 자문은 회사의 전략적 방향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