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위한 핵심 법안인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가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으며,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 미국 달러의 디지털 경제 내 패권을 강화하는 데 맞춰져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준비금 요건을 엄격히 규정함으로써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돋보이지만, 은행권의 우려와 정치적 역학 관계가 상원 통과 여부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포사이트 벤처스(Foresight Ventures)의 5월 29일 보고서에 따르면, GENIUS Act는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에 1:1로 페깅되도록 요구하고 자금세탁방지(AML) 규정 준수를 의무화함으로써 웹3(Web3) 경제에서 미국 달러의 선도적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세계의 디지털 결제 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역할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금을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재담보하는 것을 금지하며, 준비금은 환매 및 미국 국채 환매조건부채권(Treasury repos)과 같은 저위험 자산에만 투자하도록 제한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리스크를 차단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포사이트 벤처스의 투자 책임자인 잭 추이(Zac Tsui)는 법안 통과 시 핀테크 기업들이 규제 준수적이고 안전하며 사용자 중심적인 금융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법안은 모든 은행 및 금융 서비스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은행권 로비스트들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의 수익성을 약화시키고 전통 금융 시스템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할 것을 우려하며 법안 저지를 시도했다. 그중에서도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Yield-bearing stablecoins)’은 은행권의 주요 걱정거리이다. 미국 상원의원 커스틴 길리브랜드(Kirsten Gillibrand)는 2025년 3월 DC 블록체인 서밋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지역 은행에 돈을 예치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이는 가계와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소매 대출 시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뉴욕대학교(NYU) 교수 오스틴 캠벨(Austin Campbell) 역시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은행 시스템의 핵심인 ‘낮은 또는 무이자 예금 계좌 모델’을 붕괴시킨다는 점을 지적하며, 은행권이 이를 두려워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자 지급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한하려는 법적 시도가 “억만장자와 은행 임원에게만 이익이 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GENIUS Act는 지난 5월 20일 상원에서 절차 투표를 통과했지만, 최종 표결을 앞두고 업계 관측통들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호화폐 관련 행보에 대한 반발로 일부 핵심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잃었던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미국 달러 기반의 디지털 경제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지만, 은행권의 이익 보호 논리와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GENIUS Act가 미국 스테이블코인 정책의 기준을 마련하고 국제적인 암호화폐 규제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WF Labs의 매니징 파트너 안드레이 그라체프(Andrei Grachev)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 정책을 추진할 때 전 세계가 지켜본다”며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암호화폐 실험이 아닌 더 빠르고 투명한 형태의 화폐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