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재무부가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를 규율할 전담 기구인 ‘파키스탄 디지털 자산 당국(PDAA)’ 신설을 공식적으로 승인했습니다. 이는 과거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파키스탄 정부의 중대한 정책 변화로 평가됩니다. 국영 방송 PTV의 보도에 따르면, PDAA는 암호화폐 거래소, 수탁 기관, 지갑 서비스, 토큰화 플랫폼,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 금융(DeFi)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라이선스 발급 및 규제 전반을 담당하게 됩니다. 무함마드 아우랑제브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파키스탄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이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PDAA를 통해 소비자 보호, 글로벌 투자 유치, 그리고 파키스탄을 금융 혁신의 선두에 세우는 미래 지향적인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단순히 투기 자산 규제를 넘어 국가 경제 성장의 기회로 바뀌었음을 시사합니다. PDAA의 역할은 단순한 암호화폐 시장 관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PDAA는 국가 자산 및 정부 부채의 토큰화, 잉여 전력을 활용한 비트코인 채굴의 규제 및 촉진,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임무도 수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국가 자산 토큰화는 파키스탄이 디지털 금융을 통해 새로운 자금 조달 및 수출 채널을 모색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줍니다. 이번 규제 기구 신설은 파키스탄 암호화폐 자문 기구인 암호화폐 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지난 3월 14일 출범한 이 위원회에는 바이낸스의 전 CEO인 창펑 자오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CEO인 빌랄 빈 사킵은 “이는 단지 암호화폐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금융 미래를 다시 쓰고, 접근성을 확대하며, 토큰화, 디지털 금융, 웹3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출 채널을 창출하는 것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파키스탄 연방수사국은 테러 자금 조달, 자금 세탁, KYC(본인인증) 문제 해결을 위한 디지털 자산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2023년 5월에는 전 재무장관이 금융 활동 태스크포스(FATF)의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을 이유로 암호화폐 합법화 불가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정부의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암호화폐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체이널리시스의 2024년 암호화폐 도입 지수에서 파키스탄은 전 세계 9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중앙화 서비스에서의 강력한 개인 투자자 채택 및 거래량 덕분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통계 플랫폼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암호화폐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사용자 수가 2,7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같은 해 시장 수익은 16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PDAA 신설은 파키스탄이 암호화폐를 더 이상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국가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됩니다. 규제 환경의 명확화는 국내 기업들의 혁신을 촉진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 파키스탄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구체적인 규제 내용은 앞으로 PDAA의 활동을 통해 명확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