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가 최근 발생한 사용자 데이터 유출 사고와 과거 영국 금융감독청(FCA)과의 합의 위반 사실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인해 주가 하락을 겪으며 복수의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정보 은폐 및 부실 대응으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투자자 브래디 네슬러(Brady Nessler)는 5월 22일 펜실베이니아 연방 법원에 제출한 소송에서, 데이터 유출과 영국 FCA와의 합의 위반 미공개 사실로 인해 코인베이스 주식의 시장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고, 이로 인해 주주들이 “상당한 손실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는 5월 15일, 나흘 전 발생한 2,000만 달러 규모의 해킹 시도와 함께 일부 고객 지원 상담원이 매수되어 내부 시스템에 접근하고 제한된 사용자 계정 데이터가 유출된 사실을 공개했으며, 이로 인한 잠재적 피해액이 최대 4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슬러는 이러한 공개 결과 코인베이스(COIN) 주가가 5월 15일 7.2% 하락하여 244달러에 마감되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가는 다음 날인 5월 16일 9% 급등하며 266달러로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5월 23일 종가는 263달러로 3% 이상 하락했으며, 시간 외 거래에서도 추가 하락했다. 올해 들어 코인베이스 주가는 약 6% 상승한 상태이다. 네슬러의 소송은 코인베이스의 데이터 유출 공개 이후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일련의 집단소송 중 처음으로 해당 사건과 주가 하락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시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코인베이스는 데이터 유출 사실을 공개한 후 며칠 만에 최소 6건 이상의 집단소송에 휘말렸으며, 모든 소송은 회사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네슬러의 소송은 코인베이스의 과거 영국 FCA와의 규제 합의 위반 건을 문제 삼고 있다.
FCA는 2024년 7월 코인베이스의 영국 법인에 4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는 코인베이스가 2020년 FCA와 체결한 자발적 합의, 즉 규제 당국이 고위험으로 간주하는 고객을 온보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위반하고 13,416명의 고위험 고객을 받아 암호화폐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네슬러는 소송에서 FCA의 벌금 부과 소식이 전해진 후인 2024년 7월 25일 코인베이스 주가가 5% 이상 하락하여 231.52달러에 마감되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네슬러는 코인베이스가 2021년 4월 나스닥에 상장될 당시 이러한 합의 위반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회사 주식의 시장 가격이 인위적으로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네슬러는 만약 자신이 해당 합의 위반 사실을 알았더라면 “인위적으로 부풀려진 가격”에 주식을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번 집단소송은 2021년 4월 14일부터 2025년 5월 14일 사이에 코인베이스 주식을 매입한 모든 주주를 대표하여 제기되었으며, 피해 보상 및 배심원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 코인베이스의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과 CFO 알레시아 하스(Alesia Haas)도 피고에 포함되었다. 한편, 5월 13일 일리노이주에서 제기된 또 다른 소송에서는 코인베이스가 사용자 생체 정보 수집, 저장, 공유 사실과 그 목적 및 보유 기간에 대해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관련 법규 위반 여부를 다투고 있다.
코인베이스를 둘러싼 일련의 소송은 암호화폐 거래소가 직면한 규제 환경 및 운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킨다. 특히 데이터 유출과 같은 보안 사고뿐만 아니라, 과거 규제 당국과의 합의 위반 사실이 뒤늦게 문제가 되어 기업 가치와 투자자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장 기업으로서 투명한 정보 공개 의무와 규제 준수는 필수적이며, 코인베이스는 이러한 법적 공방 속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