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자를 위한 디지털 자산 거래 기술 플랫폼 탈로스(Talos)가 블록체인 분석 기업 코인 메트릭스(Coin Metrics)를 1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인수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탈로스가 기관의 암호화폐 투자 전 과정을 아우르는 ‘원스톱’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야심 찬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탈로스의 숨 가쁜 인수 행보, 그 목적은?
이번 코인 메트릭스 인수는 탈로스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의 정점을 찍는 사건이다. 소스에 따르면 탈로스는 불과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4개의 기업을 연달아 집어삼켰다. 2023년 포트폴리오 구축 플랫폼인 D3X 시스템즈 인수를 시작으로, 2024년 4월에는 리스크 관리 전문 기업 클라우드월(Cloudwall), 5월에는 기관용 탈중앙화금융(DeFi) 플랫폼 스콜렘(Skolem)을 잇달아 품에 안았다.
이러한 인수 목록은 탈로스의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초기 탈로스의 핵심 역량이 ‘거래 실행’에 있었다면, 이후의 M&A는 포트폴리오 구성, 리스크 관리, 온체인 데이터 분석, 나아가 DeFi 영역으로까지 그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안톤 카츠(Anton Katz) 탈로스 CEO는 “기관들은 디지털 자산 투자 생애주기 전반을 지원해 줄 것을 점점 더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번 인수가 거래와 포트폴리오 관리에서 온체인 분석에 이르는 ‘완전한 사이클’을 지원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탈로스는 기관 투자자가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해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거래를 실행하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성과를 분석하는 모든 과정을 자사의 플랫폼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파편화된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기관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려는 고도의 ‘락인(Lock-in)’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관 자금 업고 ‘옥석 가리기’ 나선 암호화폐 인프라 시장
탈로스의 이러한 행보는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021년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의 주도로 4,000만 달러를 유치했으며, 이듬해에는 스트라이프스(Stripes)가 이끈 펀딩 라운드에서 1억 500만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며 13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투자사 명단에는 BNY 멜론, 페이팔, 씨티, 웰스파고 등 전통 금융의 거물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탈로스가 기관 시장에서 차지하는 신뢰도와 위상을 짐작게 한다. 안톤 카츠 CEO는 “우리가 대화하고 있지 않은 대형 금융 기관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향후 더 많은 기관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될 것을 확신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소수의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암호화폐 업계에서 M&A가 활발해지는 현상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로빈후드의 원더파이 인수, 알케미의 헤이민트 인수 등은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탈로스의 연쇄 인수는 이러한 업계의 통합 및 대형화 추세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기관 암호화폐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인프라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