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사의 XRP 토큰이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3위 자리를 굳힌 가운데, 이러한 가격 급등의 이면에는 단순한 투기적 기대를 넘어 미국 전통 금융 시스템의 심장부와 연결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적 진전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새로운 국제 금융 메시지 표준인 ‘ISO 20022’를 고리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결제망에 XRP가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XRP의 ‘실사용 사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페드와이어 기술 제공사, “XRP 결제 선택 가능” 확인
결정적인 단서는 연준의 자금 결제 시스템인 ‘페드와이어(Fedwire)’의 기술 제공업체 볼란테 테크놀로지스(Volante Technologies)로부터 나왔다. 소스에 따르면 볼란테는 최근 자사의 ‘서비스형 페드와이어(Fedwire-as-a-Service)’ 상품을 사용하는 기관들이 결제 수단으로 XRP를 ‘선택’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이는 리플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리플넷(RippleNet)이 미국 내 주요 은행 간 자금 이체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통로가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결의 배경에는 ‘ISO 20022’라는 새로운 글로벌 표준이 있다.
ISO 20022는 기존의 금융 메시지 시스템을 대체하는 차세대 표준으로, 데이터의 풍부함과 구조화된 형식을 통해 결제 처리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미국 연준은 2025년 7월 1일부로 이 표준을 채택했으며,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등 다른 주요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역시 이 표준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리플이 이미 2020년에 분산원장기술(DLT) 기업 중 최초로 ISO 20022 표준 기구에 가입하며 선제적으로 기술적 정합성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수년간의 전략적 포지셔닝이 연준의 표준 채택과 맞물리면서 ‘리플넷 + ISO 20022 + 페드와이어’라는 강력한 시너지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XRP가 규제된 금융 인프라 내에서 실제 유틸리티를 가질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은행 인가 신청 등 전방위적 제도권 편입 노력
리플의 제도권 진입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리플은 최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RLUSD를 출시했으며, 브래드 갈링하우스 CEO는 통화감독청(OCC)에 ‘국법은행(National Bank Charter)’ 인가를 신청했다고 확인했다. 만약 인가가 승인되면 리플은 연준에 직접 RLUSD를 예치할 수 있게 되어, 규제된 금융 시스템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리플은 ISO 20022 표준 준수, 페드와이어 기술사와의 연계, 국법은행 인가 신청 등 전방위적인 전략을 통해 XRP를 단순한 암호화폐가 아닌, 제도권 금융 인프라의 일부로 자리매김시키려 하고 있다.
물론 XRP의 토크노믹스에 대한 의문이나 중앙화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시장이 개인 투자자의 투기적 열풍이 아닌 기관 투자자의 자금 유입과 규제 명확성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리플의 ‘제도권 친화적’ 서사는 다른 어떤 암호화폐 프로젝트보다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XRP의 가치를 둘러싼 오랜 논쟁은 이제 ‘코드’가 아닌 ‘제도와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차원에서 재평가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