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스트래티지(현 스트래티지)가 촉발한 ‘기업 비트코인 보유’ 트렌드가 2025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상장사 ‘메타플래닛(Metaplanet)’과 미국의 헬스케어 기술 기업 ‘셈러 사이언티픽(Semler Scientific)’이 비트코인 보유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스트래티지의 독주 체제에 도전하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단순한 자산 축적을 넘어, 각기 다른 전략과 비전을 내세운 양사의 경쟁은 글로벌 기업들의 비트코인 재무 전략에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日 메타플래닛의 파격적 행보, ‘비트코인 수익률’ 416% 달성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메타플래닛은 아시아 기업 비트코인 보유의 선두 주자로 급부상했다. 소스에 따르면, 메타플래닛은 지난 7월 7일 하루에만 2,205 BTC(약 2억 3,870만 달러)를 추가 매입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로써 회사의 총 비트코인 보유량은 15,555 BTC(약 17억 달러)에 달하게 되었다. 주목할 점은 메타플래닛의 ‘비트코인 수익률(BTC Yield)’이다. 이는 주식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비트코인을 확보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메타플래닛은 이 수치가 무려 416%에 이른다.
이는 회사가 단순한 비트코인 투자자를 넘어, 자사의 주식을 ‘비트코인 프록시(대리)’ 자산으로 만들겠다는 명확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이자, 일본 투자자들에게 규제 친화적인 비트코인 투자 통로를 제공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美 셈러 사이언티픽, ‘본업+BTC’ 투트랙 전략
나스닥 상장사인 셈러 사이언티픽의 접근법은 사뭇 다르다. 헬스케어 기술이라는 안정적인 본업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비트코인을 제2의 주요 재무 전략으로 채택한 ‘투트랙’ 모델이다. 셈러 사이언티픽은 메타플래닛과 같은 날 187 BTC(약 2,000만 달러)를 추가 매입하며 총 보유량을 4,636 BTC(약 5억 200만 달러)로 늘렸다. 셈러의 비트코인 수익률은 29%로 메타플래닛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이는 회사의 전략적 차이를 보여준다. 셈러는 비트코인을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 수단’이자 ‘인플레이션 헤지’로 보고, 기업의 잉여 현금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스트래티지의 초기 모델과 유사하지만, 헬스케어라는 견고한 사업 기반 위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더욱 부각된다.
새로운 ‘비트코인 재무 전쟁’의 서막
메타플래닛과 셈러 사이언티픽의 경쟁은 ‘기업 비트코인 보유 2.0’ 시대의 개막을 알린다. 이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지역적 다변화다. 스트래티지가 북미 중심의 트렌드를 이끌었다면, 일본의 메타플래닛은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있다. 이는 각국 통화 정책과 경제 상황에 따라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채택하는 현상이 글로벌하게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전략적 분화다. 메타플래닛처럼 기업 자체가 ‘비트코인화’되는 모델과, 셈러처럼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비트코인을 추가 성장 동력으로 삼는 모델로 전략이 나뉘고 있다. 이는 향후 비트코인을 매입하려는 다른 기업들에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참고 사례를 제공할 것이다.
셋째, 기관 투자자들의 새로운 선택지 부상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스트래티지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일본)이나 특정 산업(헬스케어)에 대한 노출과 함께 비트코인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비트코인 프록시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스트래티지가 개척한 길 위에서 메타플래닛과 셈러 사이언티픽이 벌이는 치열한 ‘비트코인 재무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양사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대차대조표에 편입하는 것을 고려하게 될 것이며, 이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자산을 넘어 글로벌 거시 경제의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