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잭 도시가 이끄는 핀테크 기업 ‘블록(Block, Inc.)’이 미국 증시의 대표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에 편입되면서, 암호화폐 업계와 월스트리트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한 기업의 성장을 넘어, 비트코인을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편입한 회사가 제도권 금융의 심장부로 진입했다는 상징적 사건으로, 막대한 패시브 자금의 암호화폐 시장 간접 유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S&P 500 편입, 구조적 변화의 서막
지난 금요일 장 마감 후, S&P 다우존스 지수는 에너지 기업 헤스 코퍼레이션을 대체하여 블록을 S&P 500 지수에 편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블록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9% 가까이 급등하며 시장의 뜨거운 기대를 입증했다. S&P 500 지수 편입은 단순히 기업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넘어선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수많은 인덱스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포트폴리오에 블록의 주식을 의무적으로 편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수조 달러 규모의 패시브 자금’이 블록의 주식을 매수하게 됨을 의미한다.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이 사건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암호화폐 전문 분석가 ‘와이즈서밋(WiseSummit)’은 “이것은 단순한 헤드라인이 아니다. 수조 달러의 패시브 자금이 비트코인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록은 기업 재무 전략의 일환으로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보유량은 8,584 BTC에 달한다. 따라서 S&P 500을 추종하는 펀드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트코인을 핵심 자산으로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게 되며, 이는 비트코인에 대한 간접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를 낳는다.
엄격한 기준 통과…’비트코인 전략’의 재무적 성숙도 입증
블록의 S&P 500 편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편입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S&P 500에 포함되려면 시가총액이 180억 달러 이상이어야 하고, 최근 분기 및 이전 4개 분기의 합산 이익이 흑자를 기록해야 하는 등 엄격한 재무 건전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는 블록이 ‘명시적인 비트코인 전략’을 추구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입증했음을 의미하며, 비트코인 보유가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이번 편입은 암호화폐 기업 최초로 S&P 500에 이름을 올린 코인베이스에 이어 두 번째 사례다. 업계에서는 이를 일회성 사건이 아닌,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주류 금융 시장에 편입되는 거대한 흐름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역시 S&P 500 편입 자격을 충족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향후 더 많은 비트코인 보유 기업들이 지수에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술 통합으로 다지는 ‘비트코인 생태계’
블록의 비트코인 전략은 단순히 재무제표 상의 자산 보유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자사의 결제 처리 부문인 ‘스퀘어(Square)’를 통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며 기술적 통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말 시범 운영을 거쳐 2026년 전면 출시될 이 서비스는 비트코인의 레이어-2 확장 솔루션인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가맹점들이 기존 스퀘어 단말기에서 더 빠르고 저렴하게 비트코인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결론적으로, 블록의 S&P 500 편입은 암호화폐가 투기적 자산을 넘어 제도권 금융 시스템의 일부로 인정받는 중요한 이정표이다. 이는 비트코인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구조적 수요를 창출하고, 다른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재무 자산으로 채택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의 자금이 비트코인과 조우하는 방식이 더욱 정교하고 구조적으로 변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