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베드퍼드에서 현실판 ‘배트맨’을 자처하는 인물이 등장해 화제다. 저명한 비트코인 팟캐스터이자 지역 축구 클럽 ‘리얼 베드퍼드 FC’의 구단주인 피터 맥코맥(Peter McCormack)이 급증하는 범죄로부터 마을을 지키겠다며, 사비를 들여 민간 보안팀을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공공 서비스의 공백을 개인이 메우려는 이례적인 시도로, 그 법적, 사회적 함의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맥코맥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경찰이 우리 여성과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지 못한다면, 내가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마약 중독자, 공격적인 구걸 행위, 상점 절도가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권이 죽고 가족들이 마을을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경찰력의 명백한 실패다.
그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우선 시범 프로젝트로 매주 토요일, 10명의 사설 경비원을 고용해 베드퍼드 타운 센터를 순찰하게 할 예정이다. 그는 이 계획을 발표하기 전 이미 지역 경찰에 이러한 문제를 경고하고 조치를 촉구했으나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맥코맥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범죄 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지역 사회의 지지를 결집하기 위한 공개 회의를 주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자경단’ 계획은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영국 법률에 따르면 자경단 활동(vigilantism)은 불법이다. 따라서 맥코맥의 민간 보안팀이 공공장소에서 어느 정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직접적인 법 집행보다는, 최근 영국 전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교통법규 위반 감시 시민’처럼 비디오 영상 등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제공하는 정보원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민간 자본으로 도시의 치안을 유지한다는 발상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의 에릭 J. 알토퍼 경위는 지난 5월, 경찰 인력 부족이 지역 사회가 민간 보안 회사에 의존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간 보안은 이미 우리 부서의 자원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공공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알토퍼 경위는 이러한 민관 파트너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과 공공 법 집행 기관 간의 공식적인 협력 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맥코맥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그의 보안팀이 지역 경찰과 적대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 책임과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식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트코인 업계의 유명 인사인 맥코맥은 윙클보스 형제가 공동 설립한 제미니(Gemini)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비트코인 축구팀’ 리얼 베드퍼드 FC를 운영하는 등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이번 행동은 암호화폐로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시도이자, 동시에 공공 시스템의 실패에 대한 시민의 직접적인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
피터 맥코맥의 ‘베드퍼드 지키기’ 프로젝트는 시민의 의무, 사적 재산, 그리고 공공 서비스의 붕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벌어지는 대담하고 논쟁적인 사회 실험이다. 그 결과는 다른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지역 사회에 중요한 청사진 또는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