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암호화폐 ETF ‘선착순’ 원칙 외면… 발행사들 “혁신 저해, 경쟁 약화” 비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지수펀드(ETF) 신청 승인 과정에서 오랫동안 유지해온 ‘선착순(first-to-file)’ 원칙을 사실상 적용하지 않으면서, 암호화폐 ETF 발행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에크(VanEck), 21셰어스(21Shares), 캐나리 캐피탈(Canary Capital) 등 주요 ETF 발행사들은 SEC에 서한을 보내 이러한 관행이 금융 혁신을 저해하고 발행사 간의 건전한 경쟁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전통적인 ETF 시장에서 SEC는 접수된 신청서를 순서대로 검토하고 승인하는 ‘선착순’ 방식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암호화폐 ETF의 경우,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과정에서 여러 발행사의 신청서가 동시에 승인되는 등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SEC에 보낸 서한에서 이들 발행사는 선착순 원칙을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선구적인 상품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 감소, ▲투자자 선택권 축소, ▲시장 효율성 저해, ▲자본 형성 방해 등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SEC의 임무인 투자자 보호,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 유지, 자본 형성 촉진이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발행사들은 “금융 혁신 분야에서 미국의 지속적인 글로벌 리더십은 기업가 정신, 창의성 및 진정한 혁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보상하는 규제 프레임워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강조하며, SEC가 선착순 원칙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SEC는 최근 몇 달간 스테이킹 ETF, 솔라나(SOL) ETF, XRP(XRP) ETF 등 여러 알트코인 및 암호화폐 관련 ETF에 대한 결정 시한을 잇따라 연기해 왔다. 블룸버그 ETF 분석가 제임스 세이파트는 이러한 지연이 “SEC가 19b-4 서류에 응답하는 데 일반적으로 전체 시간을 소요하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신청서가 10월에 최종 마감일을 가지고 있어 조기 결정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REX-Osprey의 스테이킹 ETF에 대한 유효 등록 명세서에 대해 SEC가 해당 투자 수단이 펀드의 사업 구조상 ETF 자격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출시가 지연된 사례도 발생했다. 이는 발행사들이 새로운 구조의 ETF 상품을 선보이는 데 있어 SEC의 불확실한 심사 기준과 장기화되는 검토 절차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행사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결국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혁신적인 상품 출시를 늦추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